화의 유일한 해독제는
'도대체 왜 저 모양일까?'라는 말을
마음 속으로 되뇌이지 않는 것이다.
화는 '지극히 인간적인'것이 아니다. 화는 지니고 있을 필요조차 없는 것이며, 행복하고 알차게 살아가는데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자기 실현의 오류지대다. 그러니까 일종의 정신적인 독감 같은 것이다. 한 번 화를 내면 지독한 감기에 걸릴 때 처럼 기운이 쭉쭉 내려앉는다.
'화'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자. 화라는 것은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경험하는 자기 통제가 불가능한 반응을 가리킨다. 화는 격분, 적개심, 폭력행사, 말없이 노려보기 등의 형태를 띈다. 단순히 골치가 아프다거나 짜증이 나는 것은 화가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화의 핵심어는 '통제불능'이다. 화가 나면 옴짝달싹 못하게 스스로를 옭아매게 된다. 대게 화는 세상이나 주변사람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화는 버릇이자 선택이다. 실망을 느낄 때 나타내는 몸에 밴 반응으로 결국 후회하게 될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중략)
이쯤에서 당신은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른다. 화를 표출하는 것이 가슴속에 꾹꾹 누르고 있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좋다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맞다. 화를 표출하는 것이 누르고 있는 것보다 훨씬 건전한 대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더 건강에 좋은 대안이 있다. 아예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를 분출해야 할 것인가, 혹은 분출해야 할 것인가, 혹은 담고 있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조차 없어질 것 아닌가.
모든 감정이 그렇듯, 화는 생각이 만들어낸 것이다. 단지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 때, 그래서 실망하게 될 때 우리는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중얼거리고는, 그 실망에 대한 반응으로 으레 화를 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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